백두대간 남진

백두대간6구간[진고개~구룡령]

다음마당 2009. 9. 22. 13:20

백두대간6구간[진고개~구룡령]



산행일자 : 2008년 12월 20~21일 (무박산행)

산행코스 : 진고개~동대산~두로봉~신배령~만월봉~응복산~약수산~구룡령

산행거리 : 약23.5km,

참가인원 : 경기우리산악회 31인

날      씨 : 눈이 많이 쌓여있고 하루종일 진눈개비...

산행시간 : 10시간 05분 소요 (02:55 ~ 13:00)

 

                 오늘의 산행도 동대산 산행금지 구간으로 야간 산행에 나선다...출발시에는 괜찮아 보이던 날씨가 

       동대산에 오르자  안개가 앞을 가리고  차가운 온도를 나타낸다...온주위는 눈으로 덮여있었으나  다헹히도 

       두로봉까지는 러쎌이 되어 있어서 손쉽게 대간길을 따랐으나 두로봉에서 약수산까지는 그동안 내린 눈으로

       대간길이 흔적이 없다...두로봉에서 이어지는 첫길에서 10분여를 가파른길로 알바를 시작으로 한 약수산까지

       러쎌을 하면서 진행한 대간길은 힘이 든 산행으로 남겨진다...

 

           이번구간의 산행기를 블루문님의 리얼한  산행기를 옮겨 놓았습니다..

             

◈ 설원의 대간길, 진고개~구룡령◈



오늘은 백두대간 6구간(구룡령~진고개) 산행에 나서는 날이다.

일찌감치 산행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저녁 9:57분쯤 우리산악회에서 문자공지가 날아들었다.

눈이 많이 쌓였으니 스패츠를 꼭 준비하고 참석하라는 내용이다.

약간 짧은 스패츠를 다시 롱스패츠로 바꾸어 넣고 11:50분쯤 집을 나섰다.


예정보다 조금 이른 시간 12:08분 영통 입구에서 경기우리산악회 버스에 승차하여 대장님과

총무님 그리고 보름 만에 뵙는 반가운 대간 회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정된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뵙는 분들도 몇 분 계시고, 빈자리도 많아 보이지만, 밝은 모습의 산우님들을 뵈니 잠시 못 만났던 가족들과

오랜만에 재회라도 하듯이 반갑게만 느껴진다.


12:15분쯤 수원톨게이를 통과한 우리산악회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잠시 후 홍대장님께서 오늘 산행에 대한 안내 말씀이 이어진다......

"이번구간은 눈이 많이 쌓여 있고 러쎌구간도 예상됩니다, 당초에는 구룡령에서 진고개 방향이지만 사정상, 오늘은 진고개~구룡령 방향으로 역으로 진행하니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거리가 길고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체력소모도 많을 것으로 예상 되니 모든 회원님들께서 주의해서 안전하게 종주하시기를 부탁 드린다는 내용이다.


버스 한쪽에서는 수담대장님께서 여러 산우님들의 안전 산행을 위해 테이핑 요법 봉사를 열심히하고 계신다.

이런 세심한 배려의 모습들이 가족같은 느낌이 들게하고 참 보기 좋은모습으로 다가온다....


고요한 겨울 밤길을 세차게 달리는 버스 안은 어느새 소등 상태이고, 새벽 산행을 위해서 잠시 잠을 청해 보지만,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이에 버스는 어느새 평창휴게소를 거쳐 오대산 진고개에 도착했다.


02:55분 산행 채비를 갖추고 들머리인 동대산 방향으로 수십개의 반짝이는 불빛들이 이동 하기시작했다........

시작부터 가파를 오르막길이다.

동대산까지는 약 1.7km 밖에 되지 않지만 고도차가 많기 때문에 힘든 구간이다.

항상 시작부터 약1시간 가량은 몸이 아직 덜 풀린 상태라 더 힘이 든다.


오대산의 겨울 밤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잿빛 어둠뿐이고, 주위는 온통 하얀세상으로 변하여

고요한 침묵 속에 빠져 있다.

다행히 오늘 날씨는 지난 구간에 비해 바람도 없는 편이고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다.

힘든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주위엔 키 작은 산죽에 살포시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포근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온 천지가 하얗게 변해버린 깊은 산중엔 작은 산짐승들의 발자욱이 왠지 처량하게만 느껴진다......

뽀드득뽀드득 부드러운 감촉은 아마도 지난 새벽에 내린 눈인 것 같다.

하얀 눈세상에 빠져 정신없이 오르고 있을 때 앞서가시던 선두대장님께서 잠시 멈추시더니,

"땀이 많이 나면 겨울철 긴 산행에 좋지 않습니다."하시며 두터운 옷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바꾸고 계셨다.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서 다른 산우님들도 각자 중무장을 해제하고 나서, 다시 힘든 오르막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지나는 길 왼편엔 이정표가 서 있고, 진고개1Km↔동대산0.7Km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동대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우리 일행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걷고 있으니 이마엔 어느새 땀이 흐르고, 캄캄한 산길을 일렬로 늘어선 불빛의 행렬들이

 서서히 동대산 정상을 향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그 불빛 중의 하나가 되어 한걸음, 한걸음 어느새 동대산 부근에 다달았다.

저만치 널따란 곳에 선두대장님과 수담대장님이 정상석 옆에 서서 뒤 이어 오는 우리를 반가이맞아 주신다.

드디어 03:45분쯤 동대산 정상에 도착했다.


캄캄한 새벽 동대산 정상엔 안개가 조금 끼어있고 하얗게 쌓인 눈 위에 서 있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도

 남기고 물도 한 모금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홍대장님께서 "이제 첫 번째 힘든 구간은 지났고 두로봉까지는 걷기 좋은길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출발을 알린다.


겨울이라 오래 쉴 수는 없고 서둘러 두로봉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한다.

동대산에서 두로봉까지는 고도차가 크지 않은 비교적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앞으로 갈수록 점점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곳도 있고 가끔 어떤 구간은 눈이 적은 곳도 있었다.

낮에 토요팀이 먼저 눈 길을 내줘서 두로봉까지 가는 길은 그런대로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토요팀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캄캄한 대간길을 걷고 있자니 앞에 이정표가 보인다. 동대산2.2Km↔두로봉4.5km,

어느새 동대산을 출발한지 2.2km나 지나왔다. 두로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이정표가 잘 표시되어 있었다.


선두대장님과 수담대장님, 나폴리옹님, 신갈에서 타시는 여성산우님과 함께 선두팀은 약간의

고도차가 있는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몇 번을 반복했을까?

04:30분쯤 차돌백이 부근의 주탐방로라는 지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며 선두대장님께서 코스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시며, 두로봉과 여러 봉우리를

지나 마지막 약수산으르 오르는 1km가 힘든 구간이라고 하신다.

다시 발길을 돌려 조금 지나서니 차돌백이라는 이정표가 있고 그 옆에 어둡지만 군데군데 하얀색을 띠고 있는 바위가

서 있었다. 바위옆을 지나면서 홍대장님께서 차돌백이 돌은 옛날 부싯돌로 쓰였었다는 설명도 해주신다.

차돌백이를 지나 하얀 눈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5:10분쯤 신선목이에 도착했다.

하얀 눈밭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주탐방로 안내판이 우리를 맞이한다....

고요한 어둠에 쌓인 캄캄한 밤하늘에서는 하얀 가루를 흘리듯이 가는 눈발이 조금씩 양을 더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고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이다.

2주 전 진고개~대관령 구간을 종주할 때의 강추위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 소름이 돋친다.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많이 도와주는 느낌이다~~~~~


신선목이를 지나면서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발이 푹푹 빠지고 보폭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힘들게 30여 분을 오르고 나니 약간 평탄한 길로 접어들었다.

이어서 나즈막한 오르막을 올라서니 어둠 속에 공원지킴이 초소가 보인다.


시간을 보니 05:55분, 선두대장님께서 "날이 밝으려면 아직도 멀었고 두로봉에 다 왔으니 잠깐 초소에서 쉬었다 갑시다"

하시며 초소를 가리키신다. 두 대장님을 따라 초소 안으로 들어서니 약간 비좁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깥보다는 나은 편이다.

잠시 후 건장한 체구의 한 분(나중에야 무진재구님인 줄 알았습니다...)이 들어오시고, 이어서 현대아님이 헐레벌떡

들어오셨다. 약 10분 정도 쉬면서 간단히 간식을 나누어 먹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다고 하지만 좀 쉬어서 그런지 바깥공기는 싸늘하게 느껴지고 손발이 시려 온다.

주머니에서 손난로로 손가락을 잠시 녹였더니 훨씬 편해진다.

아직 주위는 캄캄한 어둠속에 묻혀 있었다. 초소에서 조금 지나자 하얀 눈이 쌓여있는 넓은 곳에 '두로봉, 해발 1,321m'

라고 쓰여있는 정상석이 서 있었다. 잠깐 쉬는 사이에 아침님과 이노센트님, 이어서 몇 분이서 두로봉에 도착하셨다.

멋진 주위조망은 날씨도 흐리고 캄캄한 새벽이라 포기하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여기서도 일행들과 함께 기념사진

몇 장 남겨본다.

어둠 속에 주위를 둘러보니 동대산 6.7km→↓비로봉5.7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쪽으로 가는 길과 대간길이 갈리는 지점이다. 이정표엔 동대산까지 6.7km라 적혀 있다.

들머리인 진고개에서 지금 두로봉까지 8.4km를 걸어온 셈이다.

시간을 보니 06:15분을 지나고 있었고 진고개에서 출발한지 4시간10분쯤 경과한 시간이다.

거리로 봐서는 아직 1/3 정도 밖에 오지 않았다. 대장님께서는 갈림길에서 종이 이정표로 표시를 하고 구룡령 방향으로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서고 계셨다. 얼른 배낭을 추스르고 스틱을 잡은 양손에 힘을 주며 일행들과 함께 따라 들어섰다.

내려서자마자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아주 딴판이다. 워낙 급경사 지역이고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만약 아이젠이

미끄러져 넘어지면 동계올림픽 종목 중의 하나인 봅슬레이를 상상케하는 위험한 구간이었다.


두로봉에서 내려온지 약 10분이 채 되지 않은 어느 지점에서 워낙 눈이 많이 쌓여 있고 어두운 밤이라 선두팀은 잠시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잠시 후 상황을 간파한 두 분 대장님께서 후진을 외치신다.

"후진하세요 후진......" 가파른 경사를 다시 뒤로 후진을 해야 하는데, 워낙 급경사라 내려올 때 보다 더 어렵다.

주위 잡목을 붙들고 어렵게 다시 올라섰다.

잠시 후 두 선두 대장님께서 원점에서 다시 방향을 잡고 전진을 계속한다. 일행들은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하얀 눈 속의

어둠을 뚫고 힘찬 발걸음을 재촉한다. 역시 대간길은 어디 하나 만만한 길이 없다.

두로봉에서 신배령까지 가는 길은 두로봉까지와는 다르게 길은 좁고 잡목이 무성했다.

자칫 잘 못하다가는 얼굴을 긁힐 수도 있어서 여간 신경이 쓰이질 않는다.

또 어느 지점에서는 눈이 무릎까지 찰 정도로 많이 쌓여 있어서 체력소모가 많은 편이다.

사실, 겨울 눈 산행도 6~7시간 까지는 좋을지 몰라도 그 이상 걷다 보면 좀 무리가 따르고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겨울철 장거리 무박 대간길은 더욱 힘이 들었다.

두로봉에서 한 시간 가까이 지나왔을까? 약간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잔뜩 흐린 하늘에선 많은 양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내리는 진눈개비가 우리 일행의 대간길에 한겨울의 멋을 더해주고 있다.

계속 이어지는 대간길 주위엔 아름드리 거목도 가끔 보이고 커다란 고목도 자리하고 있었다.

서서히 허기가 느껴지는 시간.... 08:01분쯤 신배령에 도착했다. 조금 먼저 도착하신 홍대장님과 수담대장님이 배낭을

내려놓으며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계셨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아서 큰 추위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같이 도착한 나폴리옹님과 현대아님, 여산우님, 조금 뒤에 도착하신 무진재구님, 이노센트님, 아침님과 같이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허기진 터라 맛있게 먹었다. 설원의 만찬도 겨울 날씨라 오래하지는 못했다.

크게 추워 보이는 날씨는 아니지만 해발 1,200 고지가 넘는 고지대이기 때문에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고 추위가

 몰려 와서 마냥 오래 머물 수도 없기에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해야만 했다.

신배령에서 출발하여 약 1시간가량을 지나 09:20분쯤 만월봉에 도착했다. 만월봉을 조금 내려서니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우리 일행은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형언할 수 없는 설화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마치 사슴의 뿔 같은 형상도 보이고, 바다속의 산호초 같은 풍경도 있고..멋진 설경에 빠져 한컷, 한컷 추억을 새겨 본다.

이 순간만은 힘든 산행의 고통도 사라지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현대아님께서는 우리 일행을 위해 열심히 여려 컷씩 봉사하고 계시고.....

여산우님은 지금까지 산에서 오늘이 제일 사진을 많이 찍는 날이라고 하신다.

나폴리옹님께서도 같이 동참하시고 우리 일행은 추위와 시간은 아랑곳없이 한참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이노센트님과 아침님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뒤로 살짝 빠지셔서 나름대로

여유로운 산행을 하고 계신가 보다.....

이어서 응복산~마늘봉~약수산~구룡령으로 가는 대간길이 이어진다.

이제 서서히 피로가 몰려들기 시작이다.  지금까지 장거리 산행도 어느 정도 해 봤지만,

항상 무박산행 때마다 약 8시간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1시간가량은 피곤함을 느낀다.

또 그 시간만 넘기면 나아지고, 아침을 먹은 뒤라서 그럴지도 모르겠고, 물론 개개인마다

다 다르겠지만.......... 대간길엔 이제 눈발이 조금씩 더해가고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앞서간 발자국에 발 맞추기가 쉽지않다. 어느 순간 앞서 가시던 여산우님께서 좀 짜증이 나셨다^^

"누가 이렇게 종종 걸음으로 가서 발 맞추기 힘들게 해놨어 보폭을 좀 크게할 일이지 에휴

정말~~" .....'ㅎㅎ 그러게요... 가끔씩 하나 건너 뛰세요'하고 맞장구를 쳐드렸다.


그러는 사이 일행들과 이런저런 예기를 나누며 하얀 눈길을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응복산을 지나고 마늘봉을 지나면서 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홍대장님께서 말씀하신 약수산까지의

 약 3km 정도의 가파른 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시간을 보니 10:4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오래 걸어서 그런지 체력 소모가 많아질 시점이다. 힘들게 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내리막길,

그리고 또 다른 급경사 오르막 봉우리가 힘든 산행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터벅터벅... 각자 발걸음만 옮길 뿐 서로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어느 순간에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하얀 눈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두 분 대장님과 대단한 산행 실력을 갖추신 여산우님과 무진재구님은 조금 앞서 나가셨고

대간산행 몸풀기로 낮에 다녀온 불암산 산행에 약간 힘이 부치시는건지 현대아님께서는 보이질 않고, 아니면 사진을

열심히 찍으시는지 잠시 뒤로 쳐지셨다. 응복산을 지나면서 부터 약간 다리에 통증을 느끼시던 나폴리옹님께서는

수담대장님의 도움으로 다시 기운을 내시고 페이스를 늦추시며 약간 천천히 오신다.

혼자 걸으며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튼 대단한 분이시다.' 만약 내가 저 분 나이에 이르렀을 때 저분같이 산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한참을 혼자서 힘들게 얼마를 걸었을까?.

시간을 보니 총 산행시간이 9시간을 넘어서고 있었고 오늘은 평소 보다 체력소모가 크다.

눈이 많이 쌓인 산길을 오랜 시간 산행을 하고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라 더더욱 힘이 들었다.

앞에 보이는 또 다른 봉우리를 간신히 넘어 기운을 내어본다. 눈앞엔 반가운 이정표가 보인다.

약수산 500m,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을 내야된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아무리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는 야속한 약수산 정상이여~~~!

아! 멀고도 험한 이 길..... 머릿속엔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아이고 무엇 하러 이 힘든 고생을 사서 하는가?' ..........

500m가 50km의 거리로 느껴지며 이젠 허기까지 느껴진다.

설상가상으로 정면에서 맞닥뜨린 다른 산악회원들로 인해 한참을 길을 비켜 줘야만 했다.

지나면서 인사는 서로 나누지만 이 순간만은 왠지 달갑지만은 않다.

리본을 보니 부산 어느 산악회 소속이다.

그쪽에서 어디서 출발했느냐는 질문에 "예~ 진고개요..."라고 대답했더니,

대장인 듯한 분이 "아이구 이 눈길에 장시간 산행이라... 정말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라는 격려에도 아랑곳없이 머릿속은 온통 '얼른 약수산 정상에 도착해야지' 라는 생각밖에 없다.


어렵게 고개를 넘고 넘어 막바지 험난한 길을 걸으며 생각하니 뒤에 오시는 분들이 걱정이든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반대편 타 산악회원들과 마주치면 더 힘들텐데.......'

아, 정말 이제 얼마 안 남았을 거야! 막바지 힘을 다해 얕은 오르막을 힘겹게 올랐다.


드디어 눈앞에 두분대장님과 무진재구님 대단하신 여산우님이 보인다. 그렇게 갈망하던 약수산 정상이다!

"어서 오세요"반갑게 맞아 주시는 수담대장님과 일행 속에서 여산우님께서 아, 조금 일찍 왔으면 정상주 한잔했을텐데

하시는 말에 아이구 아깝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역시 이렇게 어려운 산행길에선 약간의 알콜은 오히려 힘이 되어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친구와 함께 왔으면 당연히 챙겨 왔겠지만, 아쉬움은 잠시 후 하산주로 달래기로 하고 선두팀과 정상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나서, 선두대장님 일행을 먼저 가시라고 하고 잠시 쉬면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있으니, 바로 현대아님께서 도착하셨다.


현대아님과 초콜렛과 남아있던 카스테라빵을 한 개씩을 나눠 먹으니 이제 다시 어느 정도 힘이생기는 느낌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다시 기운을 추스르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이제 얼마 전까지의 피곤함은 싹 풀린 상태다.

하기야 좀 전까지 생각하면 힘들만도 하다.

아침 8시에 컵라면과 빵 하나 먹고 지금까지 힘든 산행을 했으니...

문득 신배령에서 아침식사 시간에 홍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다른 때 같으면 겨울이라 빵이나 간단한 음식으로 때우는데 오늘은 눈이 많고 장시간 산행이라

체력 안배를 위해 보온통에 밥을 싸 오셨다고..... 역시, 오랜 산행에서 얻은 경험과 관록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밥심이 최고의 힘인 셈이다.

약수산을 지나 급경사 하산길을 30여분 가까이 내려오니, 드디어 그렇게 갈망하던 구룡령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루종일 내리던 진눈개비도 이제는 함박눈으로 변해 더 많은 양을 쏟아내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13:00분, 오늘 많은 눈 속에 어려운 백두대간 제8구간 산행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다.

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산행 도중에도 내내 그랬고, 지금도 홍대장님께서는 뒤에 오시는 산우님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노심초사하시며 후미대장님과의 계속 무전 연락을 취하고 계셨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하고 시간이 조금씩 지남에 따라 여러 산우님들이 차례로 속속 도착한다.

먼저 도착하신 님들께서는 늦으시는 회원님들께 불만보다는 오히려 미안해하며 염려와 격려를 해주는 성숙한 모습에서

진정한 산님들의 모습을 느낀다!.

버스안에서 잠시 눈을감고 쉬는 동안, 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진부령에서 부터 시작하여 오늘 까지의 고생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첫 백두대간 출정, 마산봉...아련한 달빛아래의 망대봉, 칼바람 속에 공룡을 넘어 포근하게 다가오던 고찰 오세암,

선자령의 강추위등등 힘들었던 순간순간들이 아스라히 스쳐지나간다.


앞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가기엔 아직 멀기만 한데....

정말 백두대간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추위와 더위, 체력...기타 수 많은 여건을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된다는 걸 요즘들어 직접 체험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며 목적을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내공이 쌓이고 쌓여

자연스럽게 산을 닮아가는 넓고 깊은 삶을 살아갈 수있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산행을 하면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하면서도 또 다시 산을 찾게 되는 이유도........


오늘 어려운 여건에서도 모든 회원께서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홍대장님, 수담대장님, 윤대장님, 총무님,

 8구간을 함께하신 모든 회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무었 보다도 뒤에서 많은 고생을 하신 윤대장님과 산우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2008년 12월 21일 백두대간 제 8구간을 마치며.......